네 그렇습니다 마리루티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마리 루티의 <가치 있는 삶>을 읽고 있는데 너무나 좋다는 거다. 그러면서 왜 좋단 이야기를 안 했느냐 했다. 말인즉슨 왜 별점만 주고 리뷰를 안 썼는가 하는 물음이다. 그러게. 그 책 참 좋았는데…
페이퍼를 못 쓴 첫 번째 이유는 그 책이 너무 ‘좋아서’였다. 밑줄 그은 두서너 문장을 가지고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말로 많았다. 차마, 다 쓸 수 없었다. 두 번째 이유는, 그 책을 읽을 즈음에 시어머니가 큰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을 하셨더란다. 입원, 수술, 퇴원까지의 과정에서 특별히 한 일은 없었으나 완전히 매인 몸이 되었으니. 읽기는 하되 페이퍼로 풀어낼 여력이 없었다고 할까. (증명자료 1: 햄버거집에서 햄버거와 즐거운 한 컷) 하지만 이제 다시 알겠다. 페이퍼로 정리하지 않은 읽기는 금방 휘발해 버린다는 것을. 그 좋았던 책을, ‘좋았다’는 말 이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을.
친구가 그 책을 읽는다고 하니 마음이 다급하다. 아, 나도 그 책 진짜 좋았는데. 그리고 나서 발견한 독서괭님의 페이퍼. (https://blog.aladin.co.kr/703039174/14209573) 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나는 BTS팬은 아니지만 보라색을 참 좋아하는데 컵도 보라색, 밑줄도 보라색이다. 이건 뭐 그냥, 사랑 그 자체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책은 <트렌드 코리아 2023>이 아니라는 점이 대번에 밝혀졌다. (햇살과함께님~~~ 쏴리! 얼른 트렌드 책 읽어 주세요ㅎㅎ) 내가 읽고 싶은 책은 친구들이 읽는 책이다. 심지어 그 책을 다 읽었는데도 말이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이 훌륭하고 위대한 책을 마치고 홀가분하게 책을 집어들려는 찰나. 올해에 끝내야 하는 책(한나 아렌트), 마저 읽어야 하는 책(메시지 역사서), 같이 읽는 책(Oh, William!),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 너스바음의 신간(교만의 요새)을 미뤄두고.
나는 읽고 싶다. 친구가 읽는 책을. 이웃님이 읽는 책을. 그 책, 바로 그 책을 읽고 싶다.
(야무지게 꽂혀있는 책 찾아서 밑줄긋기 3개 포함합니다. 양심상 ㅎㅎㅎ)
더불어 나는 근본적으로,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찾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함이 실존적인 비극이 아니라, 사실은 엄청나게 귀중한 자산이라는 점을 이 책에서 설명하고 싶다. - P27
이 마음은 우리 각자를 "우리"로 만들면서도, 우리가 누구인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열여섯 살의 마음과 일흔여덟 살의 마음 사이에는 어떤 연속성이 있을 테지만, 미성숙에서 성숙으로 나아가는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우리 마음은 수도 없이 변하는 것이다. - P35
그러므로 우리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부인하는 것은 우리 존재를 이루는 중요한 측면을 부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의 특별한 과거가 없었더라면 현재의 우리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임을 이해한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더 이상 과거를 이루는 핵심 요소들을 억압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과거의 다양한 모습을 자신만의 독특한 삶의 기술에 녹여 냄으로써 그 과거 전체를 "소유"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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